‘피할 수 없는 숙명 차라리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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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지킴

‘피할 수 없는 숙명 차라리 즐겨라’

고물상 운영하는 억척 아줌마 ‘허경연’씨

조급한 마음보다는 물 흐르듯이 흘러갈 줄 아는 여유로움과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 더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주변의 모든 것을 음미하며 하루를 살아갈 줄 아는 이가 있다.

가슴속에 따뜻함을 품고 있어 마치 다락방에 숨겨놓은 홍시를 맛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억척아줌마 ‘허경연(50. 금곡동)’씨.


그녀의 직업은 고물장사다.
리어커를 끌고 ‘고물’을 외치던 시절의 고물장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녀는 분명 자신을 고물장사라고 소개한다.
자신의 직업이 천한 직업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편견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다는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쉽게 판단하고 그 잣대에 맞추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이 한 번도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사업 실패로 한순간에 모든 걸 잃고 나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쌀이 떨어져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식당일부터 어묵장사까지 해봤지만, 도무지 나아질 기미는 안보이는거예요. 그때는 죽을 결심까지 했었습니다.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고물장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제 직업이 되어버렸네요”
늘어가는 빚더미에 자신을 신뢰했던 이들에게서 손가락질까지 받아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는 그녀는 ‘악바리’라며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어 힘든 시간도 버틸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좀 더 편한 것, 좀 더 쉬운 것을 찾아가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녀는 편안하게 쉬는 것마저 사치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철거하는 건물 속에서 해머 질을 하다보면 몸이 아플 때가 많아요. 하지만, 하루를 쉬어버린다는 것은 내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희망에서 한발 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몸 생각하라는 걱정해주는 주위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처음 고물장사를 시작했던 6년 전에는 무조건 힘으로 해머 질을 하려고 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요령이 생겨 건장한 장정들보다도 더 해머 질을 잘 할 수 있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
자신을 믿고 따라 준 세 아이들에게 3년만 고생하자고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는 그녀는 “고물상이 아닌 보통의 가정집 같은 안정된 환경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한다.


‘피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을 하던 즐기려 한다’는 고물장사 아줌마 허경연씨.
작고 여린 체구 속에서 어떻게 그런 파워가 나오는지 의문이 들만큼 씩씩한 그녀는 보여지는 모습대로 너무 차가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들게 했지만, 시간의 흐름과 여자라는 공통점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그녀를 보면서 가슴속에 따뜻함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 현 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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