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와 20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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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와 20대의 이야기

공부? 직장? 삶? 인생이란 도대체 뭐야!!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와 20대, 즉 신세대라 불리는 요즘 세대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탓인지 자기표현을 당당히 하는 신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서선은 그리 곱지 않다.하지만, 이 땅에 살아가는 10대와 20대,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왜 자신들의 꿈조차도 버겁다고 느끼는지...

왜 반항적, 파괴적이 되어 가는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10대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방황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평범한 10대. 그들의 일상

수능이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달려가는 평범한 10대들은 스트레스와 고민은 많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모든 게 수능이 끝난 다음으로 미뤄진다. 꿈을 꾸어도 저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표현하려 해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시기.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한밤중에 집에 귀가한다는 서민석(가명, 17세), 이영주(가명, 17세). 그들은 “꿈을 꾸고 싶어도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서: 학교, 학원, 집을 오가며 매일 어른이 되는 상상을 해요.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시험에서 벗어날까하는 생각도 하구요. 무조건 학교에 붙잡아두는게 공부하는 거라 생각하지만,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열심히 공부하리라는 생각은 마세요. 지금 저희들은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구요.

이: 화장도 해보고 싶고, 예쁜 치마도 입고 싶고, 나도 나중에 어른들처럼 큰 키에 몸매를 소유하고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화장을 하는 아이들도 주변에 있어요. 화장을 하니 뭔가 성숙해 보이고 좋아보여서 저도 가끔 외출할 때는 부모님 몰래 화장을 하곤 해요

서: 맞아요. 여자 친구들보면 화장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걸 나쁘다고 보는 어른들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단지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인데 그걸 불량 청소년이라고 손가락질 할 필요가 있나요. 학생인 저희도 멋있고,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어른들과 똑같은 마음인데요.

이: 어른이 돼서 뭣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순간만 지나면 뭐든지 마음껏 선택할 수 있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 같아요. 공부보다는 지금은 따스하게 우리를 보듬어주고 고민을 들어줄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학교에 남아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구요

서: 그렇다고 내가 어른이 되면 뭘 하고 싶다는 꿈조차도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니에요. 어른들이 그런 저희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가출 소녀들

채팅을 통해 만난 10대 소녀 송이(가명, 16세)와 민희(가명,18세).

두 아이들의 꿈은 가수와 교사였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꿈을 꿔야한다는 진실조차 그 아이들에게는 잊혀진지 오래다.

송이: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재혼한 아빠랑 살았어요. 부모님의 이혼이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건 새엄마의 무관심과 잔소리였어요. 관심을 받고 싶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랐는데 매일 잔소리에 아빠와 저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민희: 그래도 송이는 돌아갈 집이라도 있잖아요. 전 집이라면 지긋지긋해요. 매일 술에 취해 욕설하는 아빠도 보기 싫고, 그걸 다 참아내는 엄마도 보기 싫고. 사실 가출 같은 건 생각도 안 해봤어요. 그런데 한번 두 번 술 취한 아빠를 피해 집을 나오다보니 어느 날부터 학교와 집을 쳇바퀴오가는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안 들어가게 됐어요. 아니 이제는 지긋지긋한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송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면서 집에 안 들어가게 되고, 몇 번 같은 일이 반복되자 아빠도 새엄마도 이제는 알아서 살라는 식이 돼 버렸죠. 뭐!!

민희: 대부분의 생활을 피시방과 찜질방에서 하다 보니 돈이 급할 때는 솔직히 나쁜 짓도 해요. 돈이 떨어져서 갈 곳이 없을 때는 같은 또래 남학생들 자취방에서 하루저녁을 같이 보내기도 하구요.

송이: 남학생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것이 나쁜 짓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어차피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짓은 나쁜 짓이고 어른들이 하는 일은 괜찮고...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소녀는 교복 입은 또래 친구들을 보면 다시 교복을 입고는 싶지만, 밤낮으로 공부를 강요하는 학교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어른스럽게 화장을 하고 차려입은 소녀들의 모습은 여느 10대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꿈이 뭐냐는 질문에 가수와 교사가 될 거라고 천진하게 말하는 송이와 미진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 10대와 가출한 송이와 미진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어른이 되고 싶어 마음껏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부모와 학교, 사회로부터 많은 간섭과 제약을 받던 시기를 지나서 자기 삶을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기를 갈망하는 그들도 가끔씩은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내가 왜 살지?“ ”내가 왜 살까?“ ”누가 이 세상을 창조했으며, 내게 왜 이런 고통을 주지?“


매일 구직난을 봐야하는 슬픈 20대

청년 실업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듣고, 보고 체감하며 느낀 청년실업 문제는 매일 구직난을 봐야하는 강동훈(가명, 26세), 이선영(가명, 24세)씨에게는 형틀 없는 고문이다.

이: 10대에는 20대만 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물론, 취업이다, 미래다 생각할게 많긴 했지만, 그만큼 직접 선택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내 꿈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강: 동감이네요. 군대만 다녀오면 직장도 사회생활도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별의별 꿈을 다 꾸었어요. 그런데 막상 사회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수십 통의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번번이 연락은 오지 않고...지금은 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여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꿈같은 건 떠올려 볼 엄두도 못 내겠어요.

강: 집에서 놀고 있다 보니 눈치가보여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떠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하지만,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말씀들을 하세요. 정작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제 자신인데...

이: 맞아요. 실업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외출한번 하려해도 눈치가 보이고, 막상 답답해서 거리에 나가면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저만 무기력하게 있는 것만 같고. 그러다 보니 무기력한 모습들이 습관화 되어가는 것 같아요.

강: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고 땅에 시선을 박거나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간혹 긴장할 때도 있어요. 실업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두려움으로 제 2의 사춘기를 보내는 새내기 사회인 20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책이 자꾸만 생각난다는 새내기 사회인 최미진(가명, 23세)씨와 성미순(가명, 23세)씨.

부모님과 학교라는 그늘에서 살던 10대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녀들은 말한다.

“스스로를 책임지는 일 만큼 두려운 일은 없다”고

성: 10대 시절에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가장 힘든 게 어른이 되는 일인 것 같아요. 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최: 직장에 처음 들어가서는 며칠을 울었어요. 낯설고 힘들기도 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어요. 내 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들이 두렵기도 했구요.

성: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은 충분히 있지만 직장에 얽매여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누릴만한 여유도 없는 것 같아요. 내 삶을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도리어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게 하는 것 같아요.

최: 스트레스요? 이젠 그 스트레스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주말에 잠깐씩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고, 가끔은 객기도 부려보고...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거 아니겠어요

성: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시점에 오면서 이제껏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려는 욕구가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기성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도 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예요. 단지 갑작스럽게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현실이 두려울뿐이닌까요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20대는 말한다.

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꿈꿀 시간이 없다고...

막연하게 다가오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를 책임져야한다는 책임감에 잠시 여유를 부리고 싶을 뿐이라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10대와 20대.

그들의 공통점은 아직도 자신들의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출소녀인 송이와 민희...그리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일상을 보내는 민석이와 영주.

매일 구직난과 눈싸움을 벌이는 동훈씨와 선영씨.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매일 출근길에 나서는 미진씨와 미순씨.

그들 모두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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