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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운 30대들의 이야기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한 무게감. 너무 힘들어 가끔은 ‘포기’를 꿈꾼다.

기사입력 2011.01.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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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입시, 군대, 취업... 대한민국 남자들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서른이 돼버린다.
    그래서 남자들은 제 2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완전하게 독립하고 방황과 고민을 모두 견뎌 낸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마땅하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30대의 삶은 끊임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대부분 시간을 과중한 업무나 숱한 질책과 비난과 싸워야하고 운동은커녕 쉴 시간조차 만들 수 없는 빠듯한 하루하루와 아침밥 한번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정도로 바삐 움직여야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30대 남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나이의 무게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30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30대의 만남, 연인, 사랑

    30대가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의 방관자가 되어간다.
    전쟁 같은 대학 입시와 심각한 취업난을 끝마치고 나면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맞아야만 하는 ‘어른스럽게’라는 단어는  사랑마저도 무뎌진 가슴으로 표현하게 한다.


    30대는 일과 생활이 바빠 서로에게 헌신적이기 어렵고 겨를이 없게 된다는 임해민(34.조례동)씨. 그는 작년 이맘때쯤 사랑의 결실을 맺었고, 아버지가 되었다.
    “20대의 사랑은 설렘이었고, 환상이었다면 30대의 사랑은 그 일생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무작정 사랑이라는 단 꿈에 빠져 살아가야하기에는 책임져야할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기만 하고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게 살다보니 사랑이라는 말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해야죠. 매일 매일 내가 책임져야할 것들이 늘어가는 현실. 특히 나이의 무게감 때문인지 서로를 감싸 안아줄 마음의 여유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감내하는 그런 사랑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식의 환상을 가졌던 20대와는 달리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는 임해민씨는 “나를 지금의 내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존재로 만들어 줄 마법의 기계가 아닐까 하는 콩알처럼 미미한 기대를 놓지 못하면서도 현실은 그렇게 못한게 30대의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전 미혼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요. 혼자라는 자유로움을 마음껏 즐기라고...결혼과 동시에 짊어지게 될 무게감은 사랑이라는 말조차도 구속이 되어간다구요. 솔직히 아내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지만, 결혼과 동시에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취미생활도 아내의 눈치를 봐야하고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아내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하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내에게 연락하지 않고 늦게 되면 어김없이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그렇게 30대의 사랑은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환멸의 경계를 갈팡질팡 넘나들게 되는 것 같아요”
    임해민씨는 “서로 다름의 차이에서 아파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면서 그 속에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이 30대의 사랑법”이라고 말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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