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 순천시 생태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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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오분전, 순천시 생태행정

환경부 스스로 정한 ‘집중서식지’ 보호는커녕 모르쇠로 일관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집중서식지 또 파헤쳐...
이식·모니터링 전문업체 왈 : 있는지 없는지 보려고 파헤쳤다?

‘개판오분전’이란 한국사에 있어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6.25전쟁으로 굶주림과 추위로 지쳐 죽어가는 피난민을 위해 구휼미가 생길 때만 가끔 무료급식을 하곤 했는데 밥을 지어 커다란 나무 솥뚜껑을 열기 전에 ‘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이라고 외치면 오로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비참한 상황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러한 ‘개판오분전’이 생태도시 순천서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들에 의해 열리고 있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순천시가 한국 최초로 순천만국가정원으로 지정됐고 순천만은 습지의 보호를 위한 국제 조약인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개발과 자본의 논리보다는 생태보존의 원칙을 고수해 2015년 530만 명이 찾은 '바잉파워'를 시정운영의 기치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천시는 지난 12월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까지 지정한 순천 동천하구 지역 중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붉은발말똥게의 주요 서식지를 마구잡이로 파헤친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이곳은 기수역 최상단이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붉은발말똥게가 대량 서식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여서 환경부가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며 푯말을 세우고 지정 관리 중인 곳이다.

이곳에 지난해 8월 ‘동천 고향의 강 조성사업’의 토목공사 중 생긴 사토를 공사비를 아낄 요량을 환경부가 고시한 푯말 쪽 습지에 내리부었으며 민원이 생기자 대형굴삭기가 습지를 짓밟고 다니며 사토를 넓게 펴서 현장 곳곳에서 붉은발말똥게의 사체가 발견됐다.

<  지난 8월 공사 중 현장서 덤프트럭과 굴삭기에 압사당한 붉은발말똥게 사체 >

거기에 한술 더 떠 지난 12월 20일에는 주요서식지 습지와 뚝방 전체를 굴삭기로 파헤치는 행위를 저질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 관계부서는 지난 2012년부터 ‘붉은발말똥게의 공사 중 모니터링 및 이식 계획’을 수립해 환경부로부터 인가를 받았으므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그동안(2012년부터 현재까지) 붉은발말똥게의 모니터링 및 이식에 수억 원의 혈세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시로부터 포획과 이식을 계약한 전문 용역업체측은 지난 12월 이곳에 멸종위기종이 있는지 없는지 보려고 파헤치는 토목공사를 시행했고 환경부가 집중서식지로 지정한 이곳이 붉은발말똥게가 없는 지역으로 판단했다는 황당한 괴변을 늘어놨다.

이곳은 환경부가 집중서식지로 지정한 푯말 바로 아래로 가장 중점적으로 보호하고 포획, 이식을 하더라도 전문성을 가지고 최소한의 훼손을 목표로 접근해야 하는 곳이다.

이로 인해 환경부는 순천시에 동천과 이사천에 붉은발말똥게의 이식 계획에 인가를 해줬다는 이유로 스스로 지정한 집중서식지조차도 보호나 관리감독권을 방기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수년에 걸쳐 법적보호종을 멸종으로 몰고 간 사태는 엄연한 직무유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붉은발말똥게의 이식과 모니터링을 담당한 용역업체는 연혁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하거니와 과업을 수행해본 경력도 없어 급조되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부서와의 커넥션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야생동식물보호법 제14조제1항의 규정에 위반해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 채취 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조항이 있다.

 

 

 

 

< 김민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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