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한창기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추석, 특집! 한창기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답사

  옴팡진 감동을 주는 그런 품격을 갖춘 도시라야 꺼리가 있고 소통 가능한 고급 도시다.

  순천시가 황금연휴 추석을 맞아 자녀들과 오롯이 한나절을 보낼 수 있는 품격 높은 명소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을 소개했다.

 

  낙안읍성민속마을 옆에 위치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찰지고 옴팡지게 살았던 한창기 선생의 삶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명소다.

  386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추억의 월간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은 최초의 한글전용 월간지로 발행인 겸 편집인이 바로 한창기(1936~1997).

  19763월 창간한 문화 잡지 뿌리깊은나무는 최초의 한글전용 잡지로 우리 것에 대한 사랑, 우리의 정갈한 말맛을 문화비평적 시각으로 시시콜콜 톺아본 잡지다.

  198411월에 창간한 샘이깊은물은 여성종합문화지다. 소비와 허영을 부추긴다고 비판받았던 기존의 여성지와는 달리 여성주의 관점이 밴 아름다운 사람의 잡지였다.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은 대한민국 출판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광고-뿌리깊은나무 이전과 이후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한민국 잡지문화와 출판풍토를 바꿔 놓았다.

  평생 독신이었던 한창기 선생은 1936년 음력 928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인 브리태니카 코리아사장의 삶을 살다 우리 언어와 전통문화 그리고 민족 고유의 것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잡지를 만들고 민예품을 모았다.

  그는 꿈꿔온 일을 위해서라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 알아야 한다는 신조에 따라 전통미 물씬한 작품들을 수집했다.

 방짜유기, 옹기, 한복, 백자, 석물, 전통직조, 천연염색, 민예품, 고미술품 등을 수집하여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데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가 살아생전 모아둔 6,461점의 유물들인 유기, 도기, 민속품, 회화, 목기, 서책 등이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201110월에 개관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건축 연면적 1,736.46에 유물전시실과 야외전시 공간, 백경 김무규 선생 고택으로 구성됐다.

  유물전시실은 선생이 만든 잡지 이름을 따 상설전시실은 뿌리깊은나무기획전시실은 샘이깊은물그리고 세미나실은 배움나무로 나뉜다.

 

전시실에는 유물 8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의 기와, 옹기, 토기에서 청자, 백자, 불교 의식 용구, 민속용품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문화재급 유물도 있지만, 아직도 온기가 남았을 것 같은 서민 생활용품도 제법 많다.

  특히, 고구려의 연꽃무늬 수막새서까래의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 끼우던 서까래막새, 청동기시대의 별 모양 돌도끼, 한글과 한자가 혼용된 정순왕후국장반차도등은 특이하면서도 희소가치 있는 유물들이다.

  한창기 선생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문화재를 보듬었다. 선생이 마지막으로 수집한 문화재는 백자청화 매죽문 필통이라고 한다. 선생은 1997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산은 성북동 자택 한 채가 유일했다. 하지만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 6500여 점은 이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특히, 박물관 주변에 멋들어진 한옥 한 채가 있다. 바로 수오당이다. 1920년대에 지어진 백경 김무규 선생의 고택으로 전남 구례에서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송화가 눈먼 뒤 아버지 유봉과 함께 머무르는 곳으로, 하얀 한복을 입은 이가 사랑채 누마루에 앉아 거문고를 타자 유봉이 구음을 부르는 장면이 이 집에서 촬영됐다.

  고택은 전형적인 양반 상류 주택으로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되던 2008특집! 한창기라는 책이 출간됐다.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을 비롯한 58명의 언론인과 예술인들이 그를 그리며 쓴 단상들을 모은 책으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가면 선생이 만든 다양한 책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 관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시 문화예술과(061-749-8855)로 문의하면 된다.

< 황맹연. 윰미라 기자 >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