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 광양시 감사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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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 광양시 감사행정

‘개판오분전’은 한국사에 있어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6·25전쟁으로 굶주림과 추위로 지쳐 죽어가는 피난민을 위해 구휼미가 생길 때만 가끔 무료급식을 하곤 했는데 밥을 지어 커다란 나무 솥뚜껑을 열기 전에 ‘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이라고 외치면 오로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짐승처럼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비참한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오늘날 무질서를 의미하는 '개판오분전'은 이 같은 풍경에서 오용됐다. 아픈 역사의 단면을 나쁜 의미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통용되는 언어 중 가장 적절한 표현이 없어 이를 인용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죄스러움을 느끼며 기자수첩을 풀어갈까 한다.

광양시 문화예술계 일부 몰염치한 단체운영자들이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횡령 및 유용해 왔고 해당 지자체는 이를 묵인하고 있어 멤버십을 이뤄 잇속을 좆는 ‘개판오분전’이 펼쳐지고 있다.

본지가 지난 4월 7일 발행한 “광양시 문화예술계 보조금 횡령 실체 밝혀져”기사가 보도된 이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광양지회’(이하 광양예총)는 비리와 관련된 회장이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자정 노력을 시작했지만 정작 보조사업을 집행한 광양시청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며 이걸 계기로 물러난 박 전 회장도 억울하다며 성명서를 낸 상태다.

전 광양예총 회장은 광양시 문화예술 관련 각종 보조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광양예총’ 산하 각 지부 명의를 빌려 편집료, 총감독 기획 연출비 같은 명목으로 금액을 책정하고 입금 후 다시 돌려받거나 서로 나누어 챙기는 비도덕적이며 파렴치한 행각을 수년간 이어왔다.

이렇듯 혈세가 일부 단체 운영자들의 배를 불리고 있었고 보도이후 수사기관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시는 이를 방기하고 있는 상태다.

시 감사실에서는 예총관련 협회나 지부의 각종 비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 시가 감사검토를 해보니 절차상 문제없고, 서류상 아무런 이상이 없어 감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각종 사업과 행사에서 노무비는 물론 출연료도 받지 못해 고통 받는 문화예술계의 약자는 외면한 채 오히려 보조금을 착복한 주체의 얘기만 듣고 그들을 보호하는 한심한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일부 단체 운영자와 회원들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고 여전히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나, 시는 보조금 정산 서류에 오차만 없으면 된다는 구조적인 무능을 내비쳤다.

이들은 ‘관례’라는 허울로 수년 아니 수 십 년을 이어 내려온 ‘기생충 커넥션’의 적나라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김민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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