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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으로 기우는
할미의 허리가 차리.
서풍에 간교히 젖고
문득문득
어둠이 덮여
언덕에 몰린 밤 피리
서러움에 젖는다.
*전라시조 2009년 제4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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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해 기울어 자꾸만 굽어지는 산등성이 푸른 싹 오르는 동녘도 저만치
물러가고 뼈에 바람 든다는 우리 어머님 말씀처럼 간교하게 찾아든 서풍
에 차가웂겠다. 거기다 침침한 어둠까지 덮여와 돋보기를 쓰고 바늘귀에
실꾸리 끄집어다 놓아 한참이나 고생하실 저 할미가 곧 나의 어머니? 그
밤 싸늘히 부는 바람이 ‘밤 피리’ 라니···,’
나의 어렸을 때 밤의 피리소리는 귀신을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었다. 그
런 밤에는 휘파람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텅 빈 시골
구석에 또는 저 언덕에 서서 바라보는 지난날을 회상할 할미가 참 서럽기
도 하겠다.
시골에 계신 나의 아버님 어머님 오늘 문득 이 한 편의 시로 전화를
했다. 자꾸만 전화하는 나를 붙잡고 투정을 쏟아놓는데 아쉬운 듯, 아쉬
운 듯···, 꼬박꼬박 안부전화가 간절할 때이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다.’ 라는 말처럼 다가올 나의 미래가 아닐지. 자꾸만 시들어가는 꽃처
럼···, 잘 모셔야겠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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