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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시인

기사입력 2015.12.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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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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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중장이 늘어진 사설시조다. 구수하고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혼자 사는 어머니가 수녀가 된 딸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이 시조는 절절하면서도 애틋한 사연이다. 질박한 시조의 묘미를 살린 이 풍경이야말로 백미중에 백미라 할 것이다.

      달구똥 마냥 복사꽃 활짝 핀 저 풍경을 혼자 보기가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세상의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딸 시집 잘가 봄볕처럼 화사한 대문 입구에서 자식들 거느리고 부모 찾아오는 그 모습을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쓸쓸한 그늘을 적막처럼 안고 혼자 소주 한 잔으로 달래는 어머니 손 꼭 잡아드리고 싶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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