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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

안도현 시인

기사입력 2016.01.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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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 시인의 약력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등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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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상 >

      이럴 때의 이 시는 아포리즘이라 말할 수가 있다. 연탄을 바라보며 시인은 삶의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곧 우리는 그 진리를 쫓아 우리는 누군에겐가 따뜻한 구들장이 되어준 적이 있나를 생각해보면 이 시는 편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연탄은 으깨어지면서조차 미끄러운 길에 온몸을 던져 길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진리란 때론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비록 연탄 한 장이지만 속성들을 따라가다보면 폭 넓은 세계에 이르게 되는데 매몰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끔한 반성의 일침을 주는 듯하다. 결국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내포한 글이라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누구에게는 적실한 믿음이 필요할 때 진정코 그 손길과 믿음에 부응해줬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받기 이전에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손길을 내밀어주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싶다. 나 역시 뜨겁게 달구어져보지 못한 삶에 다시금 이 시를 통해 최초의 토대로 철저히 존재감을 내포했으면 한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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