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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문인수 시인

  • 기자
  • 등록 2016.02.01 12:31
  • 조회수 1,114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문인수 시인의 약력
-1985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늪이 늪에 젖듯이』『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뿔』『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쉬!』『배꼽』『적막 소리』.
-동시집 『염소똥은 똥그랗다』
-1996년 제14회 대구문학상, 2000년 제11회 김달진문학상, 2003년 제3회 노작문학상, 2006년 제11회 시와시학작품상, 2006년 금복문화예술상, 2007년 제17회 편운문학상, 2007년 제10회 한국가톨릭 문학상, 2007년 제7회 미당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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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사설 형식인 이 시는 참으로 따뜻하다. 정진규 시인의 부친상에 다녀와서 이 시를 썼다고 들었다. 아들과 아버지의 세계를 그리는 이 작품은 쉬-라는 뜨신 끈을 누이고 있는 것이다. 정신은 초롱같았으므로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뱉어내는 아들의 말이 아버지는 어땠을까요. 그러나 반대로 아들은 아버지의 툭,툭 끊기는 오줌발에 오래도록 이 땅에 살게 하고자 애쓰는 것이 아니었겠는가요.

  쉬-를 하면서 우주가 조용하도록 쉬-를 입에 손가락 하나 가로지를 것을 생각해보았는지.. 이런 장면을 상상만 하여도 가슴이 뭉클하다. 아버지는 쉬-를 하면서 마지막 끈을 풀고 있다는 쉬-가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것에 온 몸이 둥글에 말려가는 느낌이다.

  사뭇 이 시 한 편의 쉬-가 우주로 통하는 길이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안을 것이다. 그리고 쉬-가 가져다주는 부자의 갚음, 아버지도 아들을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가를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아들도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아버지를 안아 쉬-를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참 우주가 조용했겠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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