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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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걸림돌

공광규 시인

  • 기자
  • 등록 2016.02.16 01:51
  • 조회수 1,149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 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 마다
"자식이 원수여 ! 원수여 !'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는 저녁에 덜 되먹은 후배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 못난 놈 !"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공광규 시인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1987년 《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
-시집 『대학 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말똥 한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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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누군가 말을 한다, 술이 없으면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 것이냐고. 조금 다른 이야기인 듯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걸림돌!! 그래 그 걸림돌이라 타당성을 가지고 고심을 하자면 우울증으로 나자빠져 있을지 모른다.

  차라리 그 걸림돌이 나에게 등을 기댈 수 있는 것이라 돌려 말할 수 있다면 오히려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석가나 어머님이나 인생을 살아본 사람들의 말들이겠지만 그래 아직 지천명인 내가 알면 얼마나 알 것인가.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정직하게 말할 수 있다. 인생은 부대끼며 사는 것이 맛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혼자만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옆에서 있어야할 사람이고 또 누군가는 앞에서 끌어주며 뒤에서 밀어주는 그런 삶이 어째서 걸림돌이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더러 그런 논리가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터무니없는 후배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버리기라도 한다면 시간이 지나 그런 말들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그저 이리저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정석이자 수행이 아닌가 하는 나만의 지론을 말해주고 싶다.
<-서문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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