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지지伐知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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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여성

벌지지伐知旨 *

서문기 시인

  • 기자
  • 등록 2016.03.05 12:19
  • 조회수 1,181

 

박씨부부는 금술이 좋기로 소문난
뚝방마을 햇살 긴 104번지 
소박하고 인정 많은 게 전부였다
꼬막살이 가재도구라야
식구 숫자에 맞춰 사시사철 꽃밥을 떠 넣던
어느날,
동네 이장집 화재소식에
불이야, 불이야 번져갔다
뒤쫒던 아내도
걸음아, 걸음아 종종물을 부었다

바람은 노대바람이라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어린 울음소리
거품 일으킨 말들이 부추기기 시작했다
샘물을 몸에 퍼다붓고
섶 한 다발 지뢰밭 같은 불길에 내던졌다
아이는 다행을 울었으나,

바람은 노대바람이라서

뛰어들다 저지당한 박씨부인 혼신을 신고
목울대 휘었다 버팅긴 그 자리

 

* 신라 충신 박제상과 부인의 애틋한 일화에서 연유한 '장사 벌지지(長沙 伐知旨)를 빌어서.


-2015년 미래시학 겨울호-

 

*서문기 시인 약력

2015년 미래시학 여름호 시 등단
미래시학 회원
2008년 8월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차상
2009년 2월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차상
제 10회, 11회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추모 전국 시조현상 공모 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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