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대 IT학과 동기부여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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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교

청암대 IT학과 동기부여가 되었을 때 나타나는 집중력

전문일꾼 키워 대기업 진출시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대기업은 고사하고 취업조차 힘든 때에, 청암대 IT학과 학생들은 일본 소니엔지니어링, POSCO와 같은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교육을 했기에 2년 만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일본 산업체와의 협약
IT분야의 국내취업이 점점 어려워지자 학교 측에서는 다양한 취업의 통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일본 소니엔지니어링과 임베디드 교육과정을 공동개발하고 운영하게 되었다. 일본도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와 사정이 좀 다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급여 차이가 없기 때문에 괜히 머리 아픈 공부를 하려고 안 한다. 일본 소니와 같은 IT 산업체들은 IT 전문인력을 뽑기 위해 이미 아시아지역의 중국, 베트남의 유수한 대학과 이러한 사업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청암대학 강명운 이사장은 일본에 상주하면서 청암대학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많은 일본 대기업들과 협약을 진행하면서 이런 소니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였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다
청암대학 IT학과는 2년제이지만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3개월 동안 기숙사에 입소하여 매일 오전 3시간은 일본어 기초, 오후 3시간은 IT전공 기초 수업을 교육받게 된다. 일본어가 익숙해야만 본과 수업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부터 시작되는 본과 수업도 오전 3시간은 어학교육이고 오후에 전공수업, 야간에 자습을 하기 위해 저녁 8~10시까지 남아있다. 새벽 1~2시까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흡사 고시 공부를 방불케 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큰 기대감이 없었다. 한번 시도해 보자는 것이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였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
주입식 교육에 심하게 시달리지 않은 전문계고 졸업생들이어서인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만나자 태도가 달라졌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그 반복으로 인해 성과를 이루어 가고, 몰두해서 연구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맛 본 학생들은 다음 과정의 성취를 위해 더 노력을 했고, 점점 더 향상되어 갔다. 처음 몇 개월은 지나친 공부에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학기 초에 칠판에“대학이 뭐 이래. 맨날 머리 아픈 공부만 하고...”라는 푸념 섞인 낙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정도 그런 과정을 반복하고 나서 기술이 향상된 것을 자신도 확연히 느낄 수 있어 2학년이 되면 더욱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고 한다. 일본어와 같은 어학과 컴퓨터 분야의 기초과목인 C프로그래밍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그대로 나온다. 발전해 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상승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꾸준하게 반복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전에는 IT를 배우기 위하여 공부하였는데, 지금은 IT가 다른 학문을 보조하는 학문이 되어 다른 학문과 융합하여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배워야 한다. 전기, 전자, 컴퓨터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일문학 등은 서로 다른 학문분야이지만 일본산업체 취업을 위한 임베디드 융합과정으로 편성되어 큰 변화를 이룰 수가 있었다. 시간표도 독특하다. 한 명의 교수가 일주일 내내 교육할 때도 있다. 규칙을 파괴한 이러한 계획을 짤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의 향상을 중심에 놓고 사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답이 보였다는 것이다.

분명한 목표의식
교육과정이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것이어서 반발도 있었다. 지레 무리한 교육과정이 염려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과정을 완벽하게 수료하면 분명한 전망이 있었고 교수진은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면 학생들의 취업이 보장된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순천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에 입학했다는 서탁(27세) 학생은“4년제 대학에서 취업에 대한 불투명성 때문에 공부를 하면서도 재미가 없었는데 졸업 후 전망이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롭고 즐겁다.”며“분명한 목표의식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참아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헌신적인 교수진
하루 일과를 마친 교수진은 퇴근하지 않고 저녁 8시에 다시 출석을 체크했다. 맡은 수업만 각자 알아서 진행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무엇을 수업하는지 알아야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있으니 모든 수업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누가 결석했는지 누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만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의 성향을 다 파악하고 체크한다.

청암대학 IT학과 이종찬 교수는 교육은 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 뿐 아니라,‘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즉 본인이 모르는 내용을 잘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학생들 곁에 있으려고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도와주는 것이 진짜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도와 줘야 할 순간에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성과
학생들을 모집할 때 성적은 중요한 선발기준이 아니었다.“너 이거 잘 하느냐?”그렇게 묻지 않았고“너 이거 좋아하느냐?”고 물었다.“기계와 컴퓨터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가?”“끈기가 있는가?”그것을 중심에 두고 학생을 뽑았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이어야 몰두 할 수 있고, 몰두해서 연구해야만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산업체 취업 설명회도 같이 했다. 일본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을 때 강제로 공부하라고 붙잡지 않아도 밤 11시까지 학생들끼리 앉아서 공부를 했다. 일본 취업에 대한 목표의식이 확고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에 비해 더욱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처음에는 JLPT 2급에 다섯 명의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이 목표였는데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한 다음해 곧바로 50%의 학생들이 자격을 획득하였다. 2년을 바라보고 시작했는데, 반 학기 만에 학생들은 JLPT 2급 자격을 획득하기 시작하였다.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성과였다. 이러한 결과로 교육이 마무리된 첫해에 일본 소니엔지니어링에 3명의 학생이 5천만 원이 넘는 연봉으로 취업하였고, 두 번째 해인 올해는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에 3명의 학생이 취업할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석사수준의 웬만한 임베디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한 놀라운 성과를 바라보며 일본 소니엔지니어링 측은 더 많은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일본의 경제상황이 회복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결과를 낸 데는 교수님들의 열정과 헌신이 밑바탕이 되었겠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이종찬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아니요..아니..그렇지 않습니다. 교수들만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우리 대학 어느 누구도 처음에는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지 못했고, 특히 소니와는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여건이 없었던 상황이었죠. 진행과정에서 서로 맞춰가며 계획된 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긴 거죠.”서로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며 계획을 잡았고, 다소 무리가 있는 목표였지만 성실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고 신뢰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 과정을 다시 시작하라고 하면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종찬 교수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듯하였다. 하루하루가 앞을 알 수 없는 긴장 속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지만 IT학과 5명의 교수들 간에는 그런 고생을 함께한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끈끈한 연대의 정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험준한 산을 넘어 본 사람에게서 풍기는 빛나는 미소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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