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에서 우리 판소리의 아름다움 2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마당

자연과 삶에서 우리 판소리의 아름다움 2

 < 순천 출신 구민 = 배일동 명창 >

소리 발성에서도 오로지 정제된 것만 고집하지 않고 텁텁하면 텁텁한데로 컬컬하면 컬컬한데로 그저 소박한 탁음(濁音)은 탁음 그대로 맛이 있다.

자연의 소리는 인위적인 것이 없듯,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생각보다 많은 소리들이 들린다.

그러한 자연의 소리를 이야기로 엮어 그 속에 표현해 내는 것이지요. 정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소리. 우리의 그릇도 그렇다.

장독 뚜껑은 꼭 맞는 것이 드물고 그릇표면도 매끄럽지 못하고 거칠며 석가레나 기둥도 비뚤어진 나무면 그 나무 그대로, 거칠면 거친데로, 크기가 안 맞으면 안 맞는데로 자연스럽게 엮어 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이 오랜 농경사회 속에서 몸에 체화되어 있는 자연주의가 바탕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주거 공간도 마찬가지 듯, 우리 전통가옥은 방, 응접실, 식당, 침실 등이 각기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곳에서 대개 다 치러지고 밥상을 차려 방에서 먹고, 객이 오면 찻상을 내어 응접실이 되고, 방에서 밥을 먹고, 저녁이 되면 이부자리를 펴고 잠자리를 만든.

공간 활용이 대단히 효율적이고 다용도로보자기의 경우도 그렇듯, 에 이고 갈 때는 또아리로, 음식을 담을 때는 싸개로, 남녀가 내외할 때는 가리개로, 밥상보, 손수건, 책보 등 참으로 다양하지요.

우리 음식 맛이 장맛이듯 소리의 맛도 오랫동안 숙성시킨 장맛이 있듯, 식을삭여서 먹듯이 소리도 삭여서 내뱉는 소리를 으뜸으로 칩니다.

우리 소리에는 "농현"이란 것이 있다. 퉁겨놓은 가락을 쭉 펴나가다 현을 흔들어 누르고 펴고 해서 시김새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서양음악에서는 "화음(和音)"이라고 할 수 있는데,저희 의미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요. 그래서 서양음악은 지휘자가 있지만 저희는 원래 음을 화하는 지휘의 개념이 없다.

연주자 각각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죠.   악기가 자연에서 본떠서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는 것이다.

어단성장이란 말이 있는데 즉 말은 짧고 소리는 길다는 것이다. 원래는 소리란 말을 길게 늘어뜨린 것인데 가야금으로 비유를 하자면 가야금을 퉁길 때 오른손으로 먼저 줄을 퉁기고 난 다음 왼손으로 현을 누르면서 농현을 하게 되는데 퉁기는 것은 짧고 그 여음은 길게 나는데 그 여음으로 농현을 자유자재로 하여 음악을 더욱 맛있게 조리해낸다.

                                                                            < 구민 = 배 일 동 명창 >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